나를 발견하는 여행

뮤지엄 산 명상관

개구리가 잠이 깨서 땅 위로 나오는 경칩입니다. 길고 긴 겨울 동안 겨울잠 자던 동물들을 얼마나 부러워했었나요. 전기장판을 따뜻하게 틀어놓고 이불로 몸을 둘둘 감싸며 이대로 겨울잠 자고 싶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나요.

겨울잠을 충분히 잔 개구리는 이제 잠을 깨고 나온다는데 우리는 여전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방해 없는 휴식을 누리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3월이 되었습니다. 개학, 개강, 어쩌면 첫 출근까지 두근거리는 시작을 견뎌내고 있는 자신에게 겨울잠만큼은 아니지만 고요하고 충분한 마음의 휴식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명상관은 스톤마운드가 펼쳐진 스톤가든의 시작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톤마운드를 닮은 조화로운 형태지만 채광을 위해 반원을 가르는 슬릿 창을 내었습니다. 슬릿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내부 공간에 밝은 선과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무덤 속 같으면서도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자기 굴을 마련해 겨울잠에 들기 시작한 개구리도 이런 느낌을 받으며 잠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생각 듭니다.

명상관에는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에 상설과 스페셜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명상관의 또 다른 이름은 '나를 발견하는 여행'에서 적응하느라 바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우주를 만나는 기쁨으로 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월요일 휴무

화-일 오전 10:00-오후 6:00

*입장 매표 마감 17시

봄이 오는 것일까? 열려있는 봄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제법 따뜻해졌다. 매화가 활짝 피었다. 근처에 가면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앙상한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하얀색, 분홍색 매화가 솜털처럼, 구름처럼 피어있다.

현관 앞 천리향꽃이 찐한 향기를 내뿜는다. 천리향 향기는 낮보다 밤에 더 진하게 퍼진다. 벚나무에 아주 작은 꽃눈들이 잔뜩 돋아나 있다. 모과나무에 연둣빛 새순들이 너무 예쁘게 돋아 있다. 이파리만 돋아나던 구근들이 이파리 사이로 꽃대를 수줍게 내보인다.

겨우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던 다년초들이 순들을 힘겹게 내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나 살아있어요 하고 속삭이는 것 같다.

화단 앞에 쭈그리고 앉아 흙을 뚫고 고개를 내민 새순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가 순식간이다. 잘 보이지 않는 새순을 보기 위해 안경을 벗고 나무의 순, 화단에 거의 코를 박다시피 바라본다. 나무와 꽃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거의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검색해보니 경칩(驚蟄)의 다른 이름이 열 계(啓)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다. 작은 벌레들, 새순들이 열고 나오는 시기이다. 조선 시대에는 경칩 이후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애써 겨울을 이기고 나온 생명을 기특하고 소중히 여기던 마음이 아닐까?

두툼한 겨울 외투를 정리하여 세탁을 맡기고, 겨우내 목을 감싸주던 목티를 모아 상자에 넣었다. 너무 이른가 하면서도 동면하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이 코앞인데 이제는 괜찮겠다고 마음먹고 정리했다. 외투를 입어도 예전보다 한결 가벼워졌다. 두툼한 외투 속에 감춰졌던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옷 정리를 하고 노란색 외투를 옷걸이에 걸었다.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아주 노란 색 외투를 입고, 아주 파란 색 머플러를 하고 3월 새 학기를 시작했다.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새 학기를 정말 찐한 봄처럼 맞이하고 싶었다.

긴 겨울방학 동안 동면하던 아이들이 생기있게 몰려왔다. 겨울방학 동안 잘 자란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은 미소로 봄볕보다 더 따뜻하게 몰려왔다. 

<콩나물> 2019

<스물, 한 살> Twenty Something, 2021

인생 첫 로드무비를 찍다

입학, 개강, 첫 출근, 첫 휴학 등 수많은 시작이 동시 발생하는 요즘입니다. 동면에서 깬 동물들이 찌부드드한 몸을 쭉 뻗듯 꿈틀 움직이는 당신에게 두 편의 단편 영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종종 내 삶이 한 편의 로드 무비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 편의 로드 무비가 연속 상영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첫 번째 로드 무비는 어땠을까요?

<콩나물>은 7살 ‘보리’가 할아버지의 제삿날, 바쁜 엄마를 대신 콩나물을 사러 떠나면서 시작합니다. 7살 인생 처음으로 집 밖으로 홀로 떠난 ‘보리’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고난을 헤쳐 나갑니니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첫 모험에서 보리는 선의의 도움을 받거나 무시무시한 존재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뜻밖의 만남에서 오는 반전도 마주합니다.

<우리들>과 <우리 집>으로 한국에서 어린이 영화로 굵직한 획을 그은 윤가은 감독님의 단편영화입니다. 윤가은 감독님은 어린이에 대한 남다른 접근으로 ‘올챙이 적 기억 못하는 개구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곤 합니다.

<콩나물> 속 보리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은 잊어버린 내가 헤쳐온 고난과 받았던 도움 그리고 때론 우스꽝스러웠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스물, 한 살>은 언니와 처음으로 클럽에 간 스물한 살의 주인공이 클럽에서 겪는 일을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제 다 큰 줄 알았던 자신이 한순간에 어릴 적의 나로 돌아가 버릴 때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인턴에 지원하기 위해 이메일을 쓸 때, 주인공은 처음으로 클럽에 들어왔을 때 그랬는데요. 도와줄 사람의 유무와는 별개로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럴 때면 자신에게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그 자신은 언제나 ‘과거’의 자신이겠죠. 결국 우리는 과거의 자신에게 기댄 채 살고 있는 거 아닐까요? 내가 무너지더라도 겹겹이 쌓여온 나에게 기대며 다시 일어납니다.

<스물, 한 살> 삽입곡인 ASTU의 Hold the Line으로 글 마칩니다.

<콩나물>은 네이버 시리즈온, 구글 플레이 무비, 웨이브에서 유료 대여/구매 후 시청 가능합니다.

<스물, 하나>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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