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를 실감나게 보내는 네 가지 방법 망종
여름의 세 번째 절기, 망종입니다.
망종은 모내기와 보리 베기를 모두 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합니다. 즉, 일이 겹치는 가장 바쁠 때라는 것이죠.
꼭 바쁠 때 모든 일이 한번에 겹치는 경험은 모두 한번씩은 해보셨겠죠? 그럴 때면 모니터만 멍하니 보게 되는데요.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탈출하시나요? 여기에 여러분의 방법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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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이 일을 마쳤으니 또 다른 일의 시작이다.
사랑이나 국가나
『춘향전』, 민음사 2022년 1판 42쇄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마이클 샌델
춘향전
교과서로만 알고 이야기로만 들었던 춘향전, 읽고 보니 이건 조선판 MZ세대 연예기. 성리학이 강력하게 사회를 통제하던 시대에 이런 소설이 널리 읽혀졌다니 재미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성리학을 유지하는 양반들의 놀이가 결국 이런 소설을 낳았다는 것. 기생과 첩 그리고 글공부하는 서생과 관리들. 조선시대의 한 모습을 정확하게 보게 하는 소설이 분명하다. 그래서 춘향전에 대한 판본이 엄청 많다고.
판본마다 성춘향과 이도령의 애정행각과 그 주변 인물들의 태도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더 흥미롭다. 고을 사또의 아들 이도령과 기생의 딸 춘향이가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아마도 당시 겉으로만 엄격했던 조선사회를 비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MZ세대의 연예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한 연인을 위한 일편단심. 사랑하는 사람의 성공을 위한 자기희생. 약속을 지키는 철저한 자기관리. 민음사의 ‘춘향전’은 두 판본을 각각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비교하며 맛볼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춘향전을 읽는 동안 김홍도의 풍속화가 떠오르는데 술에 취해 웃옷을 벗고 싸움을 하는 양반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덜 교수는 이 책에서 분열의 민주주의와 극단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이고 또한 자기를 온전하게 인간적 존재로 만들어주는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뜻이다”라고.
양 극단의 정치 구조에 숨 막혀 고작 유권자 한표로 남아 능력 지상주의를 최고의 이상으로 생각하지 말하는 뜻이다. 현대의 경제가 가격 경쟁을 하며 소비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금융자본주의의 기술자를 불공정한 시스템 관리자라고 경고하라는 말이다. 마이클 샌델은 이같은 결론을 이끌기 위해 미국 건국자들이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논쟁했고, 지금의 정치경제 구조에 어떻게 이르게 됐는지 우울하게 소개한다.
미국의 정치경제 구조가 대한민국의 그것과 비슷하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 구조가 미국의 정치경제 구조를 몇 발자국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미국 정치의 분열과 공정하지 못한 자본주의를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김선욱 교수는 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의 결정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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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기
보리를 베어내고 모내기를 한다는 망종. 이곳에서는 밭이 논으로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없지만 누렇게 익은 보리가 수확되고 남은 보릿짚만 밭에 누워있다. 마늘밭도 수확이 거의 끝나 마늘 대만 남아있다. 빈 밭에 다음은 어떤 작물들을 심고 있는지 눈여겨 보게 된다. 텃밭 초보자에게 주변 밭작물이 달라지는 풍경은 무슨 작물을 심어야 할지 훌륭한 힌트를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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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의 튤립, 히아신스, 크로커스도 누런 잎만 남기고 늘어져 있다. 다음 계절을 위해 구근을 캐어 놓는다. 5월 한창 피어있던 장미도 비를 맞고 꽃잎이 누렇게 변했다. 시든 꽃과 비에 처참해진 꽃을 자른다. 4월에 심어놓은 오이며 호박, 가지, 고추, 토마토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오이, 호박이 땅에 늘어지지 않도록 넝쿨 지지대를 한다. 토마토, 가지,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쓰러지지 않도록 어릴 적 묶어놓은 지지대 자리를 키에 맞춰 위로 옮겨서 다시 묶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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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두께와 길이의 옷들이 들어가고 짧은 소매와 얇은 옷들이 점점 앞자리를 차지한다. 서늘한 아침 몸을 덥히기 위한 따뜻한 아침 식사에서 시원하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찾는다. 턱밑까지 끌어올리던 이불을 걷어내고 점점 얇은 두께의 이불을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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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거슬림 없이, 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변해간다. 언제 이 계절이 되었을까? 꽃밭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며 계절을 앞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계절을 따라 살았다. 계절을 따라 살다 보니 덜컥 여름이다. 계절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조금 더 깊게 느끼며 살아야겠다. 거슬림 없이 자연스럽지만 얼마나 생동감이 있고 거침없는 변화인지 지금에야 알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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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함을 즐기기, 녹사평역
녹사평역
농번기의 시작이 되는 망종입니다. 보리는 베고 벼는 모내기를 하는 아주 분주한 시기입니다. 도시를 떠난 자녀들이 농사일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시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힘들었던 보릿고개가 지나고 한차례의 수확을 거둘 차례입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어떤 수확을 이뤄냈는지 돌아보는 시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또 올해 초 세웠던 목표를 다시 상기하며 조금 더 분주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분주하다’란 할 일이 많거나 시간이 급하여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할 일이 많지만 시간이 급할 때 몸보다 손과 눈을 빠르게 움직이는 정적인 현대인이 되었으므로 ‘분주하다’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주하다’의 새로운 정의를 섣불리 내리기 전,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분주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지하철역입니다.
지하철역은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흘러가는 공간입니다. 도시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임에도 특별히 주목받지 않는, 효율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우리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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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태원에 있는 녹사평역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커다란 유리 돔 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공간과, 지하철에서 내려 돔을 향해 서로 엇갈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고 있으면, 지금 지하철역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만큼 이국적이고 새롭습니다.
녹사평역의 탄생 배경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2000년, 서울 시청의 신청사 이전 장소로 녹사평역 주변이 선정되었고, 많아질 인원을 예상해 녹사평역을 교통의 중심지로 계획해 지금의 큰 규모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국 시청 이전은 무산되고 녹사평역만이 새롭고 거대한 공간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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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역은 곳곳에 여유 공간도 많아 다양한 전시가 열리기도 하는 문화공간입니다. 또한 재밌게도, 웅장하고 이국적인 역을 활용해 한때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었습니다. 결혼식은 지하 4층에서 거행되고, 신랑과 신부는 지하 2층부터 4층까지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입장과 퇴장하게 되는 방법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녹사평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신랑, 신부의 입장이 되어 지하철역의 결혼식을 상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역동적인 공간의 지하철역 덕분에 분주한 이동 중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떠올리며 새로운 느낌을 갖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요.
분주한 망종입니다. 몸은 분주하겠으나 마음은 여유롭게, 쉼을 찾아 떠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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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여유를 만들 시간
아주 오랜만에 혼자 카페에 와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연휴로 나흘 정도는 쉬어야 카페에 올 시간이 생기나 봅니다. 하필 망종이 두 농사일이 겹쳐 가장 바쁜 시기라니 잠시 쉬며 일상을 점검하기 좋은 시기지 않나 싶습니다.
가장 바쁜 절기 망종, 여유를 만들어줄 영화 두 편을 가져왔습니다. 여유로운 삶에 대해 고민을 던지는 <타샤 튜터>와 생각을 비워 줄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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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ターシャ・テューダー 静かな水の物語, 2017
타샤 튜더는 사랑받는 동화 작가이자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삽화를 그린 삽화가입니다. 또한, 산 속에서 정원을 일구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산 자연주의자였습니다. 영화는 타샤의 집과 정원을 배경으로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을 소개합니다.
타샤의 따뜻하고 귀여운 동화 속 그림과 많은 동화의 배경이 된 정원을 영화 내내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을 주지만 무엇보다 타샤 튜더가 천천히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현재 나의 상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익숙한 메시지를 던지지만 그런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타샤 튜더의 삶을 보고 있으면 나 또한 그렇게 살 수 있겠다는 용기를 갖습니다. 자급자족이란 스스로 먹을 것을 수확해 먹는 것만이 아닌 스스로 행복한 것을 찾아 즐기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타샤 튜더는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구매와 대여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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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The Spiderwick Chronicles, 2008
제가 어릴 적 가장 재미있게 봤던 동시에 항상 이름을 까먹는 영화입니다. 스파이더위크라는 말이 왜이리 입에 붙지 않는 걸까요? 뉴욕에 살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다 무너진 저택으로 이사온 삼남매가 정체불명의 판타지한 존재드을 만나 겪는 일을 다룹니다. 아주 익숙한 전형적인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요.
그럼에도 삼남매가 힘을 합쳐 서로를 지키고 임기응변과 재치로 상황을 타개하는 과정이 꽤 통쾌합니다. 영화 특유의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은 주제와 빠른 전개로 바쁘게 일하고 있는 머리를 이 영화를 보며 잠깐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추천합니다. 또한, 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 전에 영화로 한번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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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가 양력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해 같은 날짜인지도 모른 채 흘려보냈던 절기를 실감 나게 보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일 년에 스물 네번, 격주에 한번, 당신의 메일로 절기가 찾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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