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를 실감나게 보내는 네 가지 방법 입하
여름의 첫 번째 절기, 입하입니다.
여름을 알리는 초록이 눈에 띕니다. 밤공기가 언제인지 모를 날 여름방 향수를 불러옵니다.
변화를 알리는 시기, 여러분께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요? 어떤 변화를 만들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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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사람도 활짝 피었네
여름의 입구 입하는 꽃을 닮은 어린이날과 늘 마음졸이며 애쓰시는 어버이날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았다. 곡우 이후 쑥쑥 자라기 시작하는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생장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 입하 즈음에 내리는 비는 단비라 하였다. 그런데, 어쩌나. 비바람 예보는 어린이날은 화창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는 씁쓸한 비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어린이날은 꼭 어딘가로 나들이 가야 하는 줄 알았다. 사람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곳은 가능하면 피했으나 어딘가로 나들이 가려고 했다. 그렇기 위해서 날씨는 꼭 화창해야 했다. 5월의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은 완벽한 풍경이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꽃보다 예쁘다. 그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서 푸른 나무가 된다.
어버이날은 카네이션의 날이다. 어린 자녀가 곱게 접은 종이 카네이션과 학교에서 써 온 감사 편지에는 글로는 다 담지 못한 부모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다. 때로는 그 편지를 읽어주다가 울먹이기도 한다. 카네이션 화분과 코사지가 꽃집 가득하고,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 코사지를 단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고 다니셨다. 심장같은 자녀들, 손자 손녀가 달아준 붉은 카네이션이 왼쪽 가슴에서 활짝 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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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튤립이 진 자리 옆으로 라넌큘러스, 작약이 활짝 피었다. 장미도 꽃봉오리를 올렸다. 계란후라이같은 데이지도 무더기로 피었다. 철쭉도 선홍색 꽃을 피워 낸다. 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심어놓은 딸기가 붉은 색을 입기 시작했다. 어린이날 내린 안타까운 비가 녹음을 더욱 짙게 하고 모종을 쑥쑥 자라게 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비를 맞고 자라는 내 식물들을 생각하면 반갑다. 지금 나는 함께 나들이 가야 할 어린이가 없으므로.
엄마 산소에 카네이션 꽂아 놓으러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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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의 모든 것>, <빨간풍선 + 모험가 + 공연>
봄과 여름 그 사이에는 전주국제영화제
봄과 여름이 겹치는 시기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주로 모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국제)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저도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제는 확률 극악의 영화 가챠(Gotcha, 뽑기) 같습니다. 극장에서는 만날 일 없는 영화를 제목과 약간의 정보만 갖고 보러갑니다. 이번에 본 <팔씨름의 모든 것>, <빨간풍선>, <모험가>모두 그랬습니다. 사실 찾아보려면 볼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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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의 모든 것> Heiropalaistis, 2022
<팔씨름의 모든 것>은 그리스 요르고스 구시스 감독의 2022년 단편 다큐멘터리 <The Arm Wrestler>를 확장한 장편 영화입니다. 감독의 동생 파노스 구시스는 고향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카페 운영, 배우, 광대 등 일을 전전합니다. 그는 고향에 대해 불평하며 언젠가 아테네로 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만 아테네에서의 삶도 비슷합니다. 언제나 상황을 탓하며 붕 뜬 꿈만 꾸는 파노스는 유난히 팔씨름에 집착합니다.
팔씨름에 과하게 진심인 파노스의 모습은 우습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습니다. 어려서부터 승부 스포츠를 해 이기거나 지는 것 단둘밖에 모른다고 말하는 파노스에게 그저 유지되는 삶은 ‘이기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끊임없이 ‘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파노스는 열심히 준비한 대회에서 이기거나 졌다고 하기 애매한 결과를 만납니다. 이후로 그는 집착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삶에 체념한 듯한 파노스의 얼굴에서 살짝의 여유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저는 주번에서 파노스 같은 인물을 만나거나 제가 파노스 같아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있습니다. ‘매몰되지 말자’ 당장은 합불합이 전부인 듯 보이지만 조금만 떨어져 본다면 삶은 그저 흘러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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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풍선 + 모험가 + 공연>
조금은 특별한 상영 방식을 경험했습니다. 과거 무성영화 상영방식과 같이 영화 빨간풍선(1956)과 모험가(1917)를 밴드 ‘신나는섬’의 라이브 공연과 함께 봤습니다. 영화 장면에 맞춰 재치있는 효과음을 악기로 재현하고 영화를 상영하는 내내 음악을 연주하니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상영된 영화 빨간 풍선은 1956년 프랑스 단편 영화입니다. 학교를 가던 한 어린이가 묶여있는 빨간 풍선은 우연히 만나 풀어주며 끈끈한 유대가 만들어지며 생기는 일을 그립니다. 풍선이 비에 젖지 않도록 어른들의 우산에 요리조리 옮겨타는 장면이나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풍선을 주차하는 모습 등 귀여운 장면이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함께 간 친구들과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험가는 찰리 채플린의 1917년 초기작입니다. 무려 100년도 더 된 영화에 밴드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보다니 이번 가챠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영화 속 유머도 저의 취향과 딱 맞아 낄낄거리며 행복하게 봤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을 만날까 봐 계속 영화제에 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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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바람의 코멘트🌫️
제주에서 보리가 익기 시작하면 자리(돔)물회를 먹기 시작했다.
그 시기는 늦봄에서 초여름이다.
막된장을 물에 풀고 식초 몇 방울과 산초와 함께 먹는 자리물회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춘분에 소개하는 책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저/ 박진권 옮김
『4·3, 19470301 - 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 허호준
싯다르타
시간이 가고 다시 한 시간, 계절이 가고 다시 한 계절,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규정했을까? 덧없어 보이는 시간의 한 정점에서 일어나는 개개인의 사건이 서로 서로 얽혀 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듯한데. 싯다르타는 브라만이라는 높은 계급을 뒤로하고 구도자로 살다가 다시 세상살이를 통해 자신을 찾는다는 것. 그러면 다시 원점인데 맨 처음 출발했던 자신과 세상을 돌아 원점으로 온 자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윤회를 굴레라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굴레는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이 여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반갑지 않지만, 지난 여름과 올 여름은 분명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맞아보자. 그러나 여름이 오기 전에 내리는 장마 같은 봄비가 반갑다.
이 비가 그치면 뜨거운 태양이 다시 온 세상에 에너지를 주겠지. 그러면 우리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
역사를 찾아보는 것은 미래의 문을 찾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딱 그렇다. 제주라는 작은 섬에서 발생한 70여 년 전 사건을 찾아 진실을 말하는 것은 두렵다. 죽은 자도 있지만 그 역사를 온몸을 겪은 산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시점에서는 더 그렇다. 제주4.3은 일제강점기 끝물에서부터 미소 냉전기와 한반도 분단 상황 그리고 독재정권까지 겪은 우리 민족 분열의 축소판이다. 그런데 그 축소판에 하필 10대 꼬맹이부터 글자도 몰랐던 어멍(어머니) 아방(아버지)까지 무참하게 학살됐다면. 이유도 없이 죽었는데 그 후손은 빨갱이 후손이라는 낙인을 달고 살았다면, 그 난리를 피해 도망간 사람이 지금은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역사적 사건을 다시 사회학적으로 정치학적으로 규정하고 정의내리고 싶다면, 그 역사의 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허호준 기자는 그런데 이 일에 미친 듯이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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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동 태양마을, 제주 부영호텔
제주 부영호텔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입니다.
낮부터 후텁지근한 공기가 느껴지더니 한국의 여름이 아니랄까봐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봄 기운도 물렀겠다, 꽃구경 장소를 물색하느라 했던 고민은 이제 슬슬 여름 휴가 장소 찾기로 옮겨질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을 가장 강렬히 즐기기 위해, 태양과 바람, 물을 생생하고 여유롭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강렬한 색감을 가진 부영호텔입니다.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생동감 있는 컬러를 사용해 강렬한 태양과 흙, 물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건축가입니다. 그리고 부영호텔은 레고레타의 마지막 손길이 닿은 곳입니다.
호텔의 모델하우스로 지은 '카사 델 아구아'를 시작으로 호텔을 건축하고자 했으나, 2011년 레고레타의 타계 이후 '카사 델 아구아'는 철거되었고 지금은 부영호텔에서 레고레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리조트동에서 만날 수 있는 두 곳의 야외수영장은 스터코 벽을 배경으로 해 호크니의 그림을 떠오르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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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철거된 까사 델 아구아
출처: 『가장 안정적인 건축』, 레고레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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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호텔은 해안가 근처의 거대한 공간과 따뜻한 적색의 매스가 휴양지의 이국적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다양하고 복잡한 이동 동선이 공간감을 환상적이게 만들면서도, 제주의 지역적 특징을 조경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건축'이라는 레고레타가 추구하는 태도는 제주라는 지역적 특색을 자신만의 절제된 기하학적 언어로 풀어내며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2013년 시공 당시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설계자의 의견과 다르게 매스의 마감재와 색상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그의 공간감은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찌르는 듯한 강렬한 태양의 색을 즐기러 멕시코로 가는 것은 어떨까요.
강렬한 여름의 태양은 다름 아닌 제주 멕시코동 부영호텔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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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부영호텔앤리조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222
체크인 15시 체크아웃 1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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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가 양력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해 같은 날짜인지도 모른 채 흘려보냈던 절기를 실감 나게 보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일 년에 스물 네번, 격주에 한번, 당신의 메일로 절기가 찾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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