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절기, 입춘

절기를 실감나게 보내는 네 가지 방법

2023. 2. 4.

🌿첫 번째 절기, 입춘

입춘

봄으로 접어드는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입춘이 되면 좋은 글귀를 써 대문 기둥에 붙이거나 보리 뿌리를 뽑아 농사를 점치는 등 좋은 시작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2023년 시작은 어땠나요? 괜찮아요. 아직 수많은 시작이 남아있어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들바람의 코멘트🌫️

입춘에 시작된 짧평이 다음해 봄이 오면 어떻게 정원을 이룰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입춘에 소개하는 책

『정원가의 열두달』,카렐 차페크

『에피쿠로스 쾌락』,에피쿠로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레이머드 카버

『정원가의 열두달』

차페크 형제가 기다린 봄 그리고 노동

1월은 왜 이리도 긴 것입니까! 2월만 되어도 날이 금방 가련만. “2월에는 정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그럼요, 아마도요...하지만 3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죠.” 봄이 오면 정원은 바쁘다. 생명력의 대폭발이 일어난다. 나무는 팽팽하게 물을 머금기 시작하고, 새순은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해 나무의 딱딱한 표면이나 검은 흙을 뚫고 나온다.

체코의 유명한 작가 카롤 차페크의 ‘정원가의 열두달’은 정원에서 펼쳐지는 노동의 고통을 유쾌하게 설명한다. 겨울 동안 안달이 난 정원사는 서리가 내린 딱딱한 땅을 파다가 삽자루를 부러트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열두달 정원가의 노동은 1월이 아닌 12월부터 시작된다. 모든 일은 반복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변화가 있다. 성장이든 퇴보든 우리는 열두달의 노동을 통해 변하고 있다. 봄이다. 다시 노동이 시작된다. 성장을 기대한다. 정원가의 꿈을 꾸지 않아도 이 책을 통해 즐거운 삶을 꿈꿔보자.

『에피쿠로스 쾌락』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의 삶

2400년 전 생각을 공감하는 이유가 뭘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류가 고민하는 삶이기 때문인가? 에피쿠로스의 생각들은 그런 의미에 나에게 딱 맞다. 미니멀리즘과 힐링의 삶을 원한다면 에피쿠로스의 생각 ‘욕망이 억제된 쾌락’에 동의 하게 된다. 유물론자인 에피쿠로스의 삶은 아주 단순했다. 뜻이 맞는 친구나 동료들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욕심 없이 사는 것이다. 욕심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최대한 멀리한다. 과도한 욕망이 고통을 준다고 생각했다. 욜로의 삶을 추구하지만 공직과 같은 일은 하지 말라고 한다. 의무와 책임을 위해 살다보면 삶이 고통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무책임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질 일을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책임질 일을 했다면 (나와 너의)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나의 욕심을 억제하고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고통에 빠지기 때문이다.

올해도 가족과 이웃, 사회 등과 함께 삶의 공동체에서 살아야 한다. 자신의 욕심을 최소화 하고 욕망을 억제하고 고통 보다는 쾌락을 추구하며 또 살아야 한다. 이 지독한 밥벌이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2400년 전이 아니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피할 수 없는 삶, 고통이지만 또 살아간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동생은 돈이 없어 집에서 나가야할 상황이라며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어머니는 혼자 살고 있다. 생활비의 일부를 이 남자에게서 정기적으로 받는다. 논팽이와 사랑에 빠진 딸은 애들에게 먹일 식료품비를 달라고 전화를 한다. 아들은 대학을 다닌다고 하지만 정확히 모르겠다. 생활비와 학비를 보내지 않으면 약쟁이가 되겠다고 한다. 이혼한 전처에게도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야 한다. 미국 소설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코끼리’의 줄거리다. 돈을 아끼기 위해 여름날 걸어서 출근한다. (차로 출근하던 동료가 마침 그를 태운다. “달려” 내가 말했다. “뭘 기다려 조지?” 그 순간 우리는 날아갔다.)

카버의 소설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뿌리가 뽑힌 미국 중산층 시민들의 삶이 절망적으로 그려진다. 때로는 알콜중독자로, 때로는 노숙자로 때로는 자칭 예술가로... 망가진 삶, 파탄된 삶, 그런데 다시 묵묵히 살아간다. 카버 자신이 알콜중독을 극복했던 것처럼.

나의 큰 언니는 입춘이 생일이다.

작은 언니와 나는 음력 생일이라 늘 날짜가 바뀌지만 큰 언니는 양력 생일을 보낸다. 입춘이 생일이기 때문에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큰 언니는 봄 같다. 봄 햇살처럼 잘 웃는다. 별 것 없는 심심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잘 웃는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 온다.

음식을 많이 해서 주는 것을 좋아한다. 겨우내 생명이 없는 듯 보였던 땅이지만 새순이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올 수 있는 양분을 내어주는 땅처럼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뿌듯해한다.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하느냐고, 손이 너무 크다고, 고생스럽다고 말하지만 나는 언니가 내어주는 음식이 참 좋다.

언니는 가만히 머물기보다는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많은 날, 마음 가라앉는 날, 머리가 복잡한 날은 관광객인 것처럼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한다고 했다.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순처럼, 마른 나뭇가지 사이 움트는 새순처럼 스스로 움직이면서 근심을 털어내고 다시 회복한다.

입춘이 생일인 큰 언니는 그렇게 스스로 봄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고된 삶이지만 움트는 새순처럼 힘을 내고 살아낸다. 큰 언니가 오래오래 봄기운으로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작년 12월 초에 심었던 튤립, 아이리스, 크로커스 새순들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솟아오르고 있다. 설 연휴 내린 눈으로 동해를 입을까 걱정했지만 잘 견뎌내었다. 입춘이 지나도 추위는 다시 오겠지만 겨울을 견디었으니 예쁜 꽃들을 피워낼 것이다. 그 꽃을 언니에게 선물해야겠다. 봄 같은 언니에게 봄을 선물해야겠다.

입춘대길: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릴 적 멋지게 휘날리거나 정갈한 한문으로 입춘대길을 써 붙인 현관문을 쉽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 따뜻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겨울이지만, 문에 바른 입춘대길 종이가 보이기 시작하면 곧 봄이 올 것을 알게 되곤 합니다.

입춘대길을 문에 붙이는 것은 복이 문을 통해 들어와 한 해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풍습입니다.

'문'이란 사람의 통행 이상으로 다양한 것이 넘나드는 곳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즐겁고 기분 좋은 것들이 우리에게 넘어오기를 바라고 있죠.

만약 도시에 문이 생긴다면 그 문을 통해 어떤 것을 보고 싶나요?

어떤 것들이 그 문을 넘어 우리에게 오면 좋을까요?

출처: OPENHOUSE SEOUL

이태원 대로변에는 서울의 멋진 풍경이 들어오는 거대한 문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입니다.

건물의 표피로 꽉 막힌 도시를 열어주고, 길을 걷는 보행자들에게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말 그대로 '도시의 문'이 되었습니다.

대로변을 따라 걷기 바빴던 사람들에게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문을 넘어 들어오는 서울의 풍경을 맞이하기 좋은 휴식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요.

문을 통한 따뜻한 환영에 이끌려 건물로 다가서면 1층에 한 번 더 놀랄 수 있습니다. 보통의 건물은 땅을 고르게 가꾸어 건물을 앉히는데 이곳은 기존의 지형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남산의 능선에서부터 시작된 내리막길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1층으로 이끌게 됩니다.

2, 3층은 천장 없이 이어져 있어 1만여 장의 다양한 바이닐을 만날 수 있는 '음악 도서관'의 핵심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턴테이블을 통해 바이닐을 직접 청음 하며 도시의 틈과 함께 음악이 주는 휴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출처: OPENHOUSE SEOUL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6

월요일 휴무

화-토 오후 12:00-9:00

일 오후 12:00-6:00

<귀를 기울이면> 耳をすませば , 1995

자신이 아직 가공되기 전의 원석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올해가 내 진가를 발휘할 때라고 생각해본 적은요? 절기가 시작하는 '입춘', 새로운 꿈과 목표 또는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지브리의 희망찬 응원 <귀를 기울이면> 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꿈이 없던 시즈쿠는 같은 나이의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세이지'를 만나고 작가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열정은 빠르게 타오릅니다. 학교 공부를 뒤로 하고 주변 사람들은 걱정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첫 번째 작품을 읽은 세이지의 할아버지 '니시 시로'는 시즈쿠를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원석같다 말합니다.

히이라기 아오이가 연재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장편 만화로 계획했지만 4화만에 연재가 중단된 작품을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발견하고 이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시즈쿠와 원작의 작가 히이라기 아이노는 아직 원석 상태의 자신을 발견해준 사람을 만나고 성장의 기회를 얻습니다.

새로운 꿈과 목표, 사랑을 시작한 우리는 나라는 원석을 발견해줄 '니시 니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영화는 역설적으로 당신이 먼저 원석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으로 접어드는 입춘, 움츠렸던 몸을 깨우고 다시 힘찬 시작을 준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얼었던 흙을 녹일 노란 햇살을 비춰봅시다.

시즈쿠가 세이지의 바이올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세이지가 시즈쿠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