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24절기의 끝, 아니 새로운 절기를 준비하는 시기.
이상기후로 절기를 제대로 만나기 어려워 지고 있지만
세상은 또 그렇게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내 고향 제주처럼.
제주도 기록한 최근 책 두권을 소개한다.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글 김은미 송관필 안웅산 조미영, 그림 송유진
『은퇴 해녀의 불면증』, 글 문봉순 사진 박정근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제주도에는 제주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다. 한라산은 물론 오름과 바다 심지어 어렴풋이 지나가는 동네 이야기까지 꼼꼼하게 기록하는 사람들. 그들이 담아낸 제주의 이야기는 제주사람에게는 흔하고 흔해 보여서 귀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렵게 모은 스토리들이 가볍게 날아가고 오랫동안 기억되지 못한다.
어승생오름, 이 책은 제주의 자연을 좀더 자세히 기록하기 위한 고민이 잘 녹아 있다. 한라산 자락에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오름이지만 역사와 자연의 풍부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점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어승생오름의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읽는 독자는 제주의 인문 지리학적 이야기 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나 역시 어승생오름은 몇번 오른 것이 전부다. 겨울철 어렵게 어리목 등반로까지 왔는데 한라산 등반이 통제되면 아쉬운데로 어승생오름을 오르기도 한다. 제주도민들도 잘 모르는 어승생오름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잘 기록하고 있는데 그림과 사진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알게해 주는 책이다.
은퇴 해녀의 불면증
이 책은 해녀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섬속의 섬 우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해녀에 대한 이야기다. 해녀로 살아온 여성들의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불면증’이라는 단어로 제목을 잡았다. 평생의 고단한 삶을 살아온 제주의 해녀를 불면증으로 결론 내리기는 좀 아쉽다.
책에는 우도 해녀가 살아온 삶을 1인층으로 또는 3인층으로 기록하고 있다. 80살 중후반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우도 해녀들의 이야기를 감히 단순화하면 이렇다. 10대 후반쯤 가고 싶지 않은 결혼을 부모님의 강권으로 대략 결혼하고 시댁에 왔는데 가난이 지독해서 본격적으로 해녀를 시작했다. 한참 때는 부산이나 일본까지 가서 해녀 일을 했다. 그래도 대부분 고향인 우도의 바다밭에서 해녀로 돈을 벌었다. 남편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대부분 홀로 자녀를 키웠다. 지금은 늙고 병들어 은퇴 해녀가 됐지만 아주 넉넉하지는 않았도 큰 걱정 없이 대부분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좋다. 돌아가신 부모를 걱정하고 자식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각종 마을굿과 해녀굿에 진심이다.
저자는 제주의 굿 문화를 연구하는 경남 진주 출신 고전문학 전공자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제주의 굿 문화가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사진작가는 10여년 전 제주에 들어와 해녀는 물론 제주의 문화를 앵글에 담고 여럿차례 전시회도 열었다. 그들이 제주를 기록하는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책의 끝 부분 제3부에는 온평리 바다의 변화를 해녀의 말을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한 내용이 실려 있다. 바다는 분명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