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동지에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다.
그래서 춥고 어두운 기간을 이겨내기 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나긴 겨울밤에 세익스피어의 비극 두 편을 읽어보자.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최종철 옮김. 믿음사 2016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최종철 옮김. 믿음사 2016
맥베스
악마의 속삭임이 들린다. 당신이 저 자리에 앉을 적임자라고, 당신이 저 많은 돈을 거머쥘 사람이라고, 당신이 더 좋은 직장에 가야할 인재라고, 속삭임은 나에게 딱 맞는 소리다. 평소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속삭임에는 댓가가 항상 따른다. ‘세상일에는 공짜가 없다’ 맥베스는 세 마녀로부터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방금 전쟁에서 승리한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이룬 개선장군으로 당연히 왕좌는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댓가는 분명했다. 살인을 해야 한다. 왕을 죽이고, 전쟁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를 죽인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극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악마의 속삭임은 계속된다. 빨간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가라, 몇 분쯤인데 장애인주차장에 잠깐 주차하라, 이 정도 거짓말 정도야. 악마의 속삭임은 달콤하고 쉬워 보인다. 하지만 그 댓가는 분명하다. 결국 그 속삭임이 들리기 전 상태로 돌아가야 할 때는 이미 늦은 뒤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지만 또 내 영혼을 뒤흔드는 또 다른 속삭임이 들린다. 다만 이 속삭임이 내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는 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한해 마감을 앞두고 세우는 새해 계획이 악마의 속삭임인지, 노력으로 이뤄낼 정당한 계획인지 잘 생각해야겠다. 사소한 비극이라도 피하기 위해서.
햄릿
이번 비극은 악마의 속삭임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남의 욕망을 알게 된 순간부터 발생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타인의 욕망에 대한 복수. 그 복수는 즉각적이기도 하고 시간이 필요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복수 역시 비극을 만들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을 미치게 하거나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죽을 수 있다.
복수가 이런 비극을 만든 다는 것을 사전에 알 수는 없었다. 아니 알고도 무시했다. 그렇다고 이 비극을 피하기 위해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다른 사람의 욕망을 눈감고 놔둘 수는 없다. 주인공 햄릿은 비극의 대상이자 또 비극을 탄생시킨 주범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 선왕을 사랑했던 햄릿, 억울하게 죽은 선왕을 위한 복수는 자신을 파멸하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까지 이어진다. 그 비극은 최초의 욕망이 완전히 제거된 이후에 자신과 함께 사라진다.
제3막 제1장에 등장하는 ‘죽느냐 사느냐’가 이 책에서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번역했다. 인간 존재 자체가 비극이라는 작가의 선언인지 모르겠다. 인간 모두가 비극적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상당수 인간은 자신만의 비극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것은 남과 비교하면서 일어나는 비극일 수도 있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르는 이 우울감 때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