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
찬이슬이 추위를 타게 된다.
추위를 피해 포근한 이불속에서 소설을 읽고 싶어질때,
하루키의 최신 소설과 앙드레 지드의 고전소설로
극한 차이를 감상해 보시라.
『도시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홍은주 옮김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이혜원 옮김
도시 그 불확실한 벽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고 잡히지 않는 허상을 앞에 두고 읽는 소설이다. 하루키의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뜬금없는 소설 속 상상에 당황할 것이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됐지만 연결할 때 마다 약간은 다른 요소들.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등장인물과 그들을 위해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들. 주인공을 중심으로 배치된 나머지 인물들의 무의미해 보이는 설정들. 하루키 소설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들. 재즈, 클래식, 고양이, 비틀즈, 도서관(혹은 책).이를 즐기는 작가와 주인공의 연결. 도시라는 불분명한 공간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공허한 삶에 대한 자문들.
도시는 우리에게 이질적인 공간이지만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숙명과 같은 곳이다.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이곳에는 순수한 사랑이 있고 나를 있게 만들었던 어떤 추억도 있다. 좀 이해하기 힘들고 어렵다면 ‘도시 그 불확실한 벽’이 하루키 소설의 43년 세계관을 연결한 작품이라는 출판사의 평가에 주목하면 된다. 43년을 내가 관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소설은 안개와 같고 사라질 이슬 같다.
좁은 문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고 답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에서 보여주는 행복관은 이런 행복관에 반문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며 ‘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앙드레 지드가 이 소설을 쓴 이유가 어쩌면 당시 종교나 관습에 대한 질문 아닐까? 인생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사회체제에 대해 반문하는 것. 좁은 문으로 가야만 진정한 삶이라는 종교적 도그마를 이 불행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스스로 완성하지 않고 외롭게 죽어가고, 남은 자는 그리움의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하는 사회체계에 대한 반항.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소설 좁은 문은 서로 사랑하지만 정신적 사랑을 유지하는 젊은 남녀를 통해 억압된 삶의 목적과 의미, 이를 강화하는 사회체제에 대해 질문을 한다. 나는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너무 가슴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