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다가
이제부터 밤이 길어진다고 하니
이 시기에 우리 인생의 짧은 한 순간을 생각할 수 있는 책 두 권,
부고를 통해 인생을 반추할 수 있도록 돕는 책과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만날 수 있는 체호프 단편선을 권합니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 해거티, 정유선 옮김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박현섭 옮김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어떤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삶의 마지막에서나 가능할지 모른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는 부고를 통해 인생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40년 동안 부고기사를 쓰다 보니 부고를 통해 한 인생의 삶을 아름답게 소개하고 싶어 한다.
아름답게 소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실이다. 평생 좋은 길만 걷거나 성공과 행복하다고 해도 그걸로는 인생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불행을 어떤 유머와 미소로 극복했는지, 아니면 불행에 굴복 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기록된 모든 것이 인생이고, 진실 된 기록은 아름답다. 이렇게 준비됐다면 생을 마감한 자신에게 부고를 통해 ‘수고했다’고 아름다운 부고를 남길 수 있다.
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단편 소설에는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가는 그들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수 많은 해석과 의미를 전달한다. 오페라 극장에서 재채기를 한 사람은 그걸 사과하기 위해 과도한 노력을 하다 죽고 만다. 우연히 할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집에서 만난 여자 아이에 대한 생각과 대학시절 열차 플랫폼에서 본 아가씨를 통해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디푸스로 죽어가는 사람과 주교의 죽음까지. 그의 짧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리다. 우리는 한 순간 한 순간을 살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비열한 마음과 숭고한 정신. 그 모든 순간 순간에 모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순과 부조리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은 결코 영원한 행복도 불행도 없으니 어디에 기댈 수 도 없다. 다만 내 인생의 한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 진실과 사랑을 전달하는 것일 뿐.
‘삶의 비극성을 감싸 안는 따뜻한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소설을 이 가을에 다시 읽게 된다. 인생은 회전목마와 같다고 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