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소서가 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뜨겁게 익어가는 데 말이죠.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는 시기라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더위에 입맛을 잃기도 합니다. 임이 빠져 몸이 축 늘어집니다. 이럴 때 어떻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어쨋든 견뎌내야할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어떤 추억을 만들어 또 겨울을 날 지 상상해봅니다 ✈
 | <썸머 필름을 타고!> 여름은 정면 돌파해야 제맛!
어떤 영화를 소개할지 고민할 때, 계절감이 강한 영화는 피하곤 했습니다. 정말 딱, 그 계절에 그 영화를 소개하고 싶을 때가 올 거라 생각하며 꼬옥 숨겨뒀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름’ 느낌이 강렬한 영화를 소개합니다! 이열치열! 여름은 여름으로 정면 돌파한다! |
<썸머 필름을 타고!> サマーフィルムにのって, 2020 제목에서부터 ‘썸머’라니, 그리고 느낌표라니. 포스터와 제목 모두에서 여름과 청춘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옵니다. 내용은 더 뜨겁습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시대극 팬인 고등학생 ‘맨발’이 자신이 만든 영화가 동아리에서 외면받자 친구들끼리 영화를 완성하려 합니다. 이때, ‘미래에서 온’ 소년을 만나 미래에는 영화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름 느낌 물씬 나는 화면 속에서 굵은 땀방울 흘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끝장을 보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달려본 적이 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청춘’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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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는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로 거론되곤 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 아마 많은 사람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 봅니다. 저조차도 그랬으니까요. 그때의 마음은 ‘맨발’과 같이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꿈꿨을 겁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꽤 현실적으로 나옵니다. 배우를 구하고 스태프를 모집하는 과정부터 소품과 액션을 준비하는 등 맨발과 맨발의 친구들이 각자의 재능을 발견해 힘을 합쳐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릴 적 영화감독을 꿈꿔봤던 사람, 지금도 마음 한편에 간직한 사람이라면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는 ‘맨발’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대중과는 거리가 먼 사무라이 영화라는 점입니다. 맨발의 이런 취향과 고집이 영화 내내 유지되다 교묘하게 변주되는 시점이 꽤 흥미롭습니다. ‘맨발’의 청춘은 그저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잠시 멈춰 고민하기도 또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전부 담아낸 훌륭한 성장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고찰을 비웃듯 청춘 영화 정수를 마음껏 출하는 듯한 결말이 이 영화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합니다.
*썸머 필름을 타고! 는 티빙, 웨이브, 시리즈온에서 구매/대여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
 | 하지 작은 더위라고 하지만 여름 장마철로 습도가 높아 비가 많이 내린다. 공기가 후덥지근해서 삶이 작게 느껴진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옮김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김정아 옮김
인간 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젊은 날의 허무주의와 방황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나이 50이 넘어 다시 읽게 되니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더위와 같은 청춘을 보냈는데 그 시절 일들을 되돌아보면 등줄기에 땀이 날 정도로 아찔한 것들이 많다. 한 순간 한 발짝 만 삐끗해도 무너졌을 삶의 순간순간이 많았고 그럴 때 마다 행운과 좋은 인연으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끝없는 청춘의 패배의식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읽게 해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땀나는 청춘을 회고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 시기로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결코 돌아가지 않겠다. 그 시절이 너무도 나약하고 판단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푹푹찌는 무더위에 습기가 가득한 날씨처럼 말이다.
내 청춘의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내 소심함 때문일지 모르겠다. 본격적인 장마철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더위에 무기력을 느낄 때 다시 그 청춘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면 나는 화들짝 놀라 지금의 삶에 감사한다.
죄와 벌
최근에 소설 독서법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소설 속 주인공에 집중했다. 주인공의 말과 행동,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역할 그리고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작품의 의도에 집중했다. 주인공과 나를 비교하는 독서법.
하지만 이번에 ‘죄와 벌’을 읽으면서 다양한 등장인물 가운데 나를 찾는 순간이 많았다. 주인공에 나를 빗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삶과 독백 그리고 행동, 인물과 인물의 대화 속에서 나를 보게 된 것이다. 라스콜리코프 보다는 스비드리가일로프에, 마흐멜라도프와 라주미힌, 소냐와 두냐에서, 한 순간은 정의롭지만 또 한 순간은 야비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사랑을 말하지만 또 다시 잔인한 내 자신을 발견했다.
작가는 연민을 말한다고 하지만 나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나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생각을 덧입히며 소설을 따라가다 보니 옹졸한 오십 중반의 남자를 만나게 됐다.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됐다. ‘죄와 벌’에는 수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나는 많은 사람의 많은 사람일 뿐이다. |
 | 장마는 죄가 없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출근 옷 준비를 위해 검색하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비로 마당의 화초와 텃밭의 작물이 걱정되어 하루라도 반짝 해가 비춰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
일주일 내리 비 날씨가 예보되어 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계속 내리는 비로 마당에 잡초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데 아직 어린 다알리아는 잔뜩 먹은 물로 녹아내리고 있다. 여린 꽃대들이 비에 누워있고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이 물러 까맣게 변해 있다. 날씨를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
잠깐 비가 멈춘 틈을 이용해 잡초를 뽑는다. 진흙이 뿌리에 엉켜 함께 올라와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기고 물이 고였다. 장화에 진흙이 잔뜩 묻어 걷기 어렵게 무거워지고 굽이 10cm는 높아졌다. 잡초는 왜 이렇게 잘 자라는지 뽑고 돌아서면 훅 나라있는 것 같다. |
그래도 수국과 능소화가 한창이라 회색빛 하늘과 내리는 비로 우울한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봄에 묘목을 사다가 심어 놓은 수국들이 어느새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다. 아침 출근 시간 붉거나 푸르거나 하얗게 빛나는 수궁르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능솧화 꽃송이는 굵은 장맛비에도 당당하게 꽃을 피우고 있어 늠름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마냥 좋기만 한 계절도 없고 마냥 나쁘기만 한 계절도 없다, 계속되는 장맛비 속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는 씩씩한 꽃들이 있고 쏙쏙 자라는 열매들이 있으니 비 날씨를 원망만 할 것은 아니다. 쉽게 얻으려는 마음에서 원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온다고 한다. 매년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무더위이다. 계절은 절기따라 자연스럽게 오는데 매년 극단적인 성격으로 변해서 오는 것 같다. 절기따라 글을 쓰면서 소심한 환경주의자가 되어 간다. |
 | 골목에서 뒹굴거리기,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작은 더위 '소서'입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여름 장마철의 시작이 되는 절기인데, 때이르게 찾아온 폭염은 결코 작은 더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실내만 찾아다니기에는 바깥공기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빨리 무더위가 찾아온 탓일까요, 조심성 없게도 주말 야외 나들이 계획을 야심 차게 세우다 푹푹 찌는 공기에 봉변을 당하곤 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바깥세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코 깊숙이 후텁지근한 공기가 들어오면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냥 안에서 뒹굴거릴걸.'
땀이 스멀스멀 새어 나올 즈음, 산뜻한 야외를 즐기는 듯하지만 동시에 실내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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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동도서관마을은 기존 다세대 건물과 단독주택을 묶어 리모델링한 도서관입니다. 특이한 점은 도서관 건립을 위한 주민들의 서명운동과 주민참여 사업으로 생겨난 구산동 주민들이 주체가 된 도서관이라는 것입니다.
기존 건물 다섯 동을 활용한 구산동도서관은 각 주택을 도서관으로 활용하기에는 규모적인 무리가 있어, 건물을 묶어 하나의 도서관으로 만들고 오히려 도서관 내부에서 마을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다양한 삶이 담긴 주택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도 마을의 기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마을의 골목이 실내가 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구옥에 있던 50개의 방을 그대로 사용하여 인간 중심적인 스케일이 눈에 띄는 도서관입니다. |
도서관 속 새로운 마을이 생겨난다면 마치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골목은 책복도가 되었고, 주차장은 미디어실이 되고, 거실은 토론방이 되었습니다. 구옥의 기초는 벤치가 되었고 발코니는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각자 다른 시기에 지어진 기존 주택이기 때문에 그 당시 유행했던 재료를 알려주는 벽돌과 화강석을 통해서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무자비한 폭염에 지쳐 시원한 실내를 찾게 되지만,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야외로 탈출하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좋은 피난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구산동도서관마을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44 화-금 오전 9:00 - 오후 10:00 토-일 오전 9:00 - 오후 6:00 월요일 휴무 |
오늘 절기실감은 어떠셨나요? 아래 링크를 통해 의견을 남겨주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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